
어느 날 갑자기 집에 가는 내 앞에 나타나서, 배고프니? 밥줄께~라는 말을 알아들었는지 골목길을 몇개 지나도록 가만히 뒤를 따라왔다. 집 앞에서 밥먹고 들여보내달라고 한참을 울었지만 집에 원래 있던 고양이 양고가 워낙 성격이 까칠해서 잘 지내지 못할 것 같아서 들여보내지 않았었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집에 출근을 하더니 양고가 나가 놀던 루트를 찾아내 마당에서 진을 치기 시작했다. 어쩜 그리 똘똘했는지. 이녀석.

처음엔 젖꼭지가 통통하길래 뱃속에 아기가 들었나 했지만.. 배가 불렀는데 몇달이 지나도 아무일이 없길래 병원에 한 열두마리쯤 들었나 가봤더니 사실은 모두 다 똥이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양고가 성격이 왕까칠이라 집에 와도 전혀 반기지 않는 제멋대로 공주님 타입이기 때문에 정반대의 애교덩어리는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다. 예쁘지, 집에 오면 반기지, 말하면 대답하지, 어딘가 밖에서 헤매던 고양이였는데 집 밖에 나가 노는 일이 없이 항상 마당 아니면 방.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는 이 아이가 있어서 행복했다.

성격 까칠한 양고는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엄청나게 싫은티를 냈지만, 워낙 똥고 성격이 무던하다보니 차츰 사교성 없는 애가 같이 노는 모습이 보이다가 누군가 보는거같으면 안논 척을 하는 상황을 몇번 마주치다보니 웃기고. 잘먹고 잘놀고 잘자고 예쁨받고. 동생은 내가 결혼하면 똥고는 꼭 자기가 키울거라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고양이라고 엄청나게 예뻐했다. 예쁜 아이였다.

솔직히 성격 더러운 양고랑 한 이불 위에서 자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던지. 하지만 똥고는 그걸 해냈다고!
아직도 양고 성격은 아무도 못 맞춘다.
똥고는 일요일부터 거품을 토하고 난리가 났었다. 근처 24시간 병원에 갔던게 되려 병을 키워버렸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엉망진창으로 진단을 받았고, 결국 사경을 헤매는 지경에 이르러 월요일 온동네 병원에 전화를 다 해봤지만 가망이 없으니 데려오지 말라는 얘기만 들었다. 원래 다니던 태릉동물병원만 데리고 와보라는 말을 해서 전화하면서도 울었던 기억이 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이런 거겠지. 다른 병원들이 얼마나 야속하던지. 특히 동네 24시간 병원 의사를 족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었다. 월요일에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으니까 상태가 좀 나아졌었는데, 온 식구들이 다 수액맞는데 주변이 안 보일 정도로 걱정하느라 어쩔줄 모르고 있으니까 병원 원장님이 두개뿐인 진료실 한쪽을 비워주셨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엄청 고맙더라. 하지만 상태는 고정, 그대로 집에 데려와서 경과를 보기로 했다. 그리고 밤에 비가 왔다. 작년 8월 11일 밤에 비가 왔다. 오늘도 비가 내리는 채로 12일이 되었다. 작년 생각이 난다. 똥고는 잠도 못자고 계속 괴로워하고, 밖에는 천둥번개로 난리고, 새침떼기 양고는 똥고 아프다고 도망가서 오지도 않았다. 숨도 쉬기 힘들어하는 아이를 잡고 계속 이름부르고 눈맞춰가면서 동생하고 같이 울었고, 그렇게 날이 밝아왔다. 어떻게든 병원에 데려가야 할것 같아서 택시로 다시 데려갔지만 병원 문은 열지 않았고, 나는 아무래도 앞으로 병원비가 많이 나올거 같다 싶어서 일하러 간 사이 병원에서 똥고가 하늘나라에 갔다. 임종이라도 지켜줄걸. 바보같은 생각을 했다고 지금도 자책한다. 그리고 그날부터 날씨가 시원해졌다. 제일 더울 때였던거다.

셋이서 엄청 울었다. 화장하러 보내서 받아오기가 싫었다. 똥고는 우리집에 와서 집밖에 나가지도 않고 계속 마당 나무 밑에 앉아있는 걸 좋아했던 애니까 그대로 집에 데려와서 마당 목련나무 밑에 묻었다. 좋아하던 캔과 목걸이와 장난감도 다 묻어주고 삼형제가 엉엉 울면서 다음번에는 태어나자마자 우리집에 와달라고 빌었다. 못해준것들이 생각나서 미안하고, 몸 안좋은걸 미리 알아채주지 못해서 미안했고. 처음 데려왔을때 덥석 데려다가 키우지 않고 문밖에서 며칠을 맴돌게 했던 것도 미안하고 그냥 다 미안해서 울었다. 다른집에 보내려고 똥고양이 똥고양이 별명삼아 부르던게 입에 붙어서 똥고가 이름이 되었는데, 더 예쁜 이름 지어주지 못한것도 미안했다.

며칠 후 어느날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읽다가 고양이 이름이 동고였다는 구절이 보여서 또 울었다. 괜히 미안해서 사진찍어다 사실 똥고 본명이 동고였어 역사있는 이름이야 하면서 동생들한테 보여주었더니 서글픈 듯 웃었다. 일본영화 구구는 고양이다 를 보다가 조용히 살짝 하늘나라로 가는 고양이를 보고 또 울었다. 지금은 성시경의 좋을텐데 를 들으면 똥고 생각이 난다. 니가 있다면 좋을텐데. 그럴 텐데.
많이 예뻐했는데 많이 사랑했는데. 똥고는 가버리고 벌써 1년이나 지나갔다. 올해도 더웠고, 더워지면서부터 애들 또 더위에 그렇게 가버릴까봐 잘먹이고 신경쓰고 먹는거 꼭 직접 보고, 8월이 시작되면서 더 조심했다. 그리고 다시 이맘때가 오니까, 똑같은 날 비가 오고, 오늘은 똥고가 하늘에 간 날. 그리고 아마 내일부터는 좀 시원해지지 않을까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미안한 마음 그리운 마음 다 합쳐서 외출할때는 마음속으로 나무밑에서 자고있는 똥고에게 인사한다. 다녀올께. 집에 와서도 인사한다. 다녀왔어. 똥고가 간 다음에 손바닥에 이름써달라고 했더니 어쩌다보니 앞발바닥에 얼룩이 있는 천진난만한 새끼가 들어와서 잘 자라고 있다. 마치 리틀 똥고인 것처럼 사람을 잘 따르고 잘먹고 잘자고 따라다니면서 물만 만지면 울고 지붕위에도 올라가고 무지 씩씩하다. 말은 안하지만 동생들도 똥고가 다시 태어난거같다는 생각을 하는지 가끔 착각해서 장군이를 똥고라고 부르기도 한다.
올해 똥고를 묻은 목련나무는, 작년보다 훨씬 꽃이 많이 피고 잎이 무성하다. 목련이 폈을 때 셋이 같이 보면서 똥고꽃이 폈다고 예쁘다고 했었는데. 더 잘해줬으면 더 신경써줬으면 더 오래 같이 있을수 있었을 텐데. 네가 있다면 좋을 텐데. 동생들도 모두 이날을 기억하고 오늘 또 비가 오네-라고 말하는 걸 너도 들었을거야. 아마 평생 잊지 못하겠지. 거긴 어떠니? 거기서 잘 지내고 있지?
똥고가 보고싶은 밤이다. 내 눈물샘은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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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눈물글썽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공감해주셨다는게 엄청 큰 위로가 돼요.:) 감사합니다!
다시 태어나서 우리집에 왔으면, 지금 온 거면 좋겠어요.^^
어디서든 사랑받고 행복할거라는 말 너무 고맙다 ㅠㅠ
오늘 볼줄알았는데! ㅋㅋ 놀러갈께X)
우리 고양이는 죽었는데....
이고양이 보고 우리 고양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