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 오르한 파묵 _Ex Libris/_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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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민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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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민음사 |
요새 내가 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째서인지 진짜 요 근 몇달간은 로맨스만 줄창 읽었다. 이제 패턴과 변칙이 공식으로 머리에 박힐 것 같다 싶을 즈음. 진짜 좋아하는 작가님도 날 실망시키던 타이밍.. 그래서 아마도 여름달님 블로그에서 본 제목의 책이 눈에 박혔던 거다. 제목부터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그게 '내 이름은 빨강' 이다. (NOW ON 30%SALE! )
오 작가는 터키 사람. 여태까지 읽었던 책이랑 분위기가 영 다르네. 뒤에 여러가지 신문에서 날린 찬사들이 역시나 가득. 어라? 근데 스타일에 대한 고찰이라니 도대체 무슨 스타일이라는 걸까. 터키에도 악마가 프라다만 입나.. 등등의 생각을 뒤로하고 일단 빌려서 집에 왔다. 와서 읽다가..
어라. 장마다 화자가 자꾸 변하네..
으앗. 이 장은 누가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말투는 굉장히 담담한데 몰입은 잘 되는 걸 보니 또 묘하네.
추리소설이라고는 하는데 별로 추리같지 않아.
으음. 절대로 사야겠군.
등등의 생각을 종이에 끄적거려 놓은 흔적이 남아있구나. 왠지 보고있으려니 조금 우습다.;;
사실 솔직히 이야기해서 '노벨문학상' 이라는 상이 어쨌든지 초등학교 다닐 때 '노인과 바다' 읽고 나서는 솔직히 상 받은 책 피해 다녔다. 안 읽혔거든. 근데 이 책은 내 편견을 살짝 깨 주신거다. 너무 재미있었고 소재 자체가 나한테는 너무 매력적이어서. 이 책 다 읽고 나서 04년 수상작이라는 '피아노 치는 여자'를 빌렸는데, 읽다가 토하는 줄 알았다. 너무 갑갑해서 지금의 내 정신상태로는 소화 자체가 불가능한 것 같아. 으윽. 어쨌든 빨강은 최고였다! 나도 상 하나 던져 주고 싶을 정도. 별은 다섯개 다 주고 싶구나. 별별별별별!
하지만 난 이 책의 추리소설로서의 매력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이 책이 서술하고 있는 세밀화의 매력에 빠져버렸기 때문에. 실제로 보는 그림보다 말로 설명하는 그림이 더 예쁘다. 이건 내가 서양화 읽는 법에 눈이 길들여져서 그럴거다. 서양화는 질리지만 동양화는 매혹인데 이 세밀화는 색채가 서양화스럽고 구도와 필법은 좀 동양화스러운 점이 있다. 흥미도 없었던 분야인데 작가가 설명을 너무 예쁘게 해서 그림도 덩달아 예쁘게 보이기 시작한거다.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의 부분은, 서양미술사에서 나름 중요하게 다루는 베네치아 르네상스 미술의 유입으로 뿌리에서부터 혼란을 느끼는 이슬람 미술에 대한 대비의 부분이다. 스타일과 서명에 대한 세가지 일화(113페이지) 와 그림과 시간에 대한 세 가지 일화의 부분(달양 고마워;ㅁ;)은 반드시 정독할 것을 추천한다.
스타일과 서명에 대한 세 가지 일화
나에게 있어서 미술이란 작가의 개성과 스타일이 없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자기 그림이라면 당연히 서명을 하거나 낙관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회화는 사회적 상황과 관습이나 통념 또한 포함하고 있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개인적 취향과 개성이 가장 우선이 되는 분야인데 이슬람 미술에선 개성과 스타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었던 거다! 아무리 우상 숭배를 하지 않는 종교라고 해도 이건 정말 쇼크. 그런 종교적 개념이 미술에선 개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걸로 나타났구나.. 미술사 시간에 사실 한번도 수업 안한 부분이라서 대충 책 몇 쪽 읽고 넘겼던 부분이라 정말 전혀 몰랐던 부분이었고 이게 내가 배운 것들과 이렇게까지나 차이가 깊었을 줄이야. 정말 내가 헛 공부 했구나 라는 걸 온 마음으로 느꼈다. 르네상스 문명의 파급으로 인해 뿌리부터 흔들리는 예술정신이라니 끝내주잖아. 와우 ㅠ_ㅠ (르네상스 회화가 이슬람 미술에 끼친 영향..에 대한 논문을 조금 찾아봤는데 걸리는 게 거의 없다. 이건 제대로 찾아볼 만 한 거 같다. 맘잡고 찾아봐야지!)
그림과 시간에 대한 세 가지 일화.
이 부분은 종교와 회화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너무 몰입해서 읽느라 메모도 안해놓고 나중에 결국 처음 일화만 기억하고 두번째는 잊어버렸다는 이야기. 처음게 너무 쎄서 덮였나봐ㅠ_ㅠ 조만간 책 사게 되면 다시 읽어보고 포스팅 수정할께요.
어쨌든 결론은, 난 어려운 말들로 마구 메꿔진 논문들보다 이쪽이 전두엽에 직접. 마음으로 와닿는 진짜 공부였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어려운 말들로 객관적으로 설명한 그림의 의미와 사회적 배경보다, 문화적 충격으로 인해 가치관의 차이가 생기고, 그게 살인으로까지 발전한 화가들 이라는 주관적인 이야기가, 지금은 모두가 갖고있는 그 '스타일' 곧 개성이라는 걸 아예 인정하고 이름붙이지조차 않았던 곳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나에게 이 책은 그림이라는 소재와 르네상스라는 시기와 이스탄불이라는 무대가 작가와 만나서 이루어진 거대한 충격 그 자체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는 형식 안에 치정이나 원한이라는 추리소설의 통념적인 살인의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좀 더 거대한 수레바퀴 아래의 무력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발버둥이 녹아 있는 그런 느낌이다. 그저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인 화가 개인들이 기존 예술관을 뿌리째 흔드는 거대한 문화적 충격을 나름대로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하면서 느끼는 예술관의 혼란과 치열한 싸움. 어느 예술가의 자서전보다 더 감동적이고 가슴이 뭉클하다.
절대 추천작! 알라딘 TTB 등록한다고 한번 해봤는데. 제대로 된건가 모르겠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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